“수십 년 동안 연주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연주하고자 하는 곡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곡을 제대로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제자들을 보면서 저 또한 많이 배운답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또한 제가 열심히 하면 제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연주가들도 그 모습에 많은 것을 느끼겠죠. 제가 학생시절, 저희 선생님의 연주가 아직도 선명하기 기억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백청심 교수와 인터뷰가 있는 날, 오전부터 내린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인터뷰와 날씨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의 자택 정원에 피어있는 벚꽃나무와 꽃들을 보고 있으면 날씨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동행한 사진기자와 함께 ‘날씨가 맑았으면 정원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만 간직할 수밖에.
♠ ‘불란서 궁정무용과 바흐’
5월 17·24·31일 세 차례에 걸쳐 금호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갖는 백청심 교수. 연주회를 앞두고 벌써 긴장의 시간에 돌입했다는데, 과연 어떤 연주회길래 한두 번도 아니고 세 차례에 걸쳐 연주하는 것일까.
“바흐 첼로 모음곡을 두 작품씩 나누어 연주합니다. ‘불란서 궁정무용과 바흐’라는 부제로 열리는데요, 제가 직접 불란서 궁정무용에 대해 강연하는 등 렉쳐 리사이틀로 진행될 예정이죠. 특별히 이 작품은 제가 2년 전 연구년이었을 때 미국 플로리다에서 연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바흐 모음곡과 불란서 궁정무용이 어떤 연관성이 있길래 강연을 곁들이는 것일까.
“바흐가 프렐류드를 포함해서 무곡을 만들었죠. 그런데 이 무곡이 불란서 궁정에서부터 발전되었거든요.”
기자가 질문하자 백교수는 마치 연주회에서 청중에게 강연을 하듯 자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불현듯 “어때요? 음악회에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청중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며 되묻는다.
백교수와의 직접적인 만남은 처음이었지만, 낯설다는 느낌보다는 ‘어머니’와 같은 따스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보통 연주회가 렉쳐로 진행되면, 특히 연주자가 직접 강연하는 경우는 연주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교수가 이런 기회를 갖고자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연주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연주하고자 하는 곡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곡을 제대로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연할 생각이다.
♠ 첼로의 매혹적인 소리에 이끌려
백교수가 처음 첼로를 접한 것은 중3 때. 남들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부모님·선생님 모두 걱정하지 않았다. 첼로 소리에 ‘푹’ 빠져 스스로 열심히 하는 백교수의 모습 때문이었다.
“하루는 친구네 집을 놀러갔는데요. 거기서 들리는 첼로 소리가 그렇게 제 가슴을 울리며 마음속 깊이 와 닿더라고요. 그 매혹적인 소리에 이끌려 부모님께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주변에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없었지만 백교수의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다.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뒷바라지해주셨다는 것.
“첼로를 배우기 전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단순한 화음이었는데, 그 소리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던지. 음악을 접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쾌활하고 낙천적이었다는 백교수. 모든 일에 적극적인 학생이었다. 서울예고에 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