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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Piano > 커버스토리 | 2002년11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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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악인들을 가족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살아온 정진우 교수, 그의 발자국은 너무나도 깊고 뚜렷해서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수북이 눈이 내려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발자국-피아니스트 정진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정교수는 자신을 연주자보다는 교수라고
정의한다.
한 시간 한 시간 채워가는 레슨뿐만 아니라 유학 떠난 제자들, 돌아온 제자들, 이미 우리 나라 음악계에서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은 제자들을 챙겨주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 그이기에, 욕심만큼 연주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고 회고하는 정교수. 젊은 시절, 수많은 피아노 작품들을 국내 초연하고 독주뿐만 아니라 협연·앙상블·반주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피아니스트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낮추는 그의 모습은 겸손하기만 하다.
정교수가 다시 한번 거인(巨人)의 발자국을 남긴다. 오는 11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곽 승 지휘의 서울시향과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는 것.
이 곡은 다른 협주곡에 비해서 짧은 편이지만, 큰 스케일과 화려한 테크닉을 요구하기에 혈기왕성한 젊은 피아니스트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작품인데, 굳이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법하다.
“젊은 시절에는 연구 발표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었기에 남들이 치지 않는 곡, 학구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곡들을 많이 연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와 청중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곡,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 이 곡을 고르게 되었어요. 대중성이라는 면에서 리스트 협주곡은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곡은 1955년에 임원식의 지휘로 연주했었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연주했었는데요, 여러 가지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더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또 노인병, 졸업병이라고도 하는데요, 아직도 내가 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작용하기도 했죠. 하하”
차분하게 연주자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는 독주회에 비해 협연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환상의 세계와 같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에는 독주가 더 제 격입니다. 아무래도 협연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기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래서 이번 연주 후에 독주회를 한번 가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곡들, 즐겨왔던 곡들,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곡들을 모아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 발자국-교수 정진우
정교수의 스튜디오 벽 한켠에 걸린 사진에는 칠순이었던 지난 98년에 가진 제자모임의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제자들부터 음악계에 중견으로 자리잡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까지 많은 제자들이 모여 찍은 그 사진 속의 스승과 제자들의 모습은 정답기 그지없다.
이렇듯 대식구를 거느릴 수 있게 했던 정교수만의 레슨방법은 바로 ‘끊임없이 샘솟는 노래’이다. 레슨 내내 불러주는 노래는 학생이 스스로 곡에 대해서 느끼게 하여 음악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인도한다.
“저는 젊은 시절 학생들을 레슨할 때부터, 손을 먼저 만든 후에 음악을 주입시키는 기존의 레슨방식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학생이 따라오지 못하더라도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어 음악에 대해서 일깨워주면, 학생은 앞으로 자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스스로 깨닫게 되죠. 그러다보면 공부가 재미있고, 스스로 연습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깁니다.”
이러한 교수법은 초창기 우리 나라 음악계에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테크닉적인 완벽함을 갖춘 후에 음악적인 시도를 해왔던 당시의 풍토에서는 ‘지나친 부드러움’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저의 스승이었던 안병소 선생님은 그야말로 ‘노래’의 중요성을 언제나 강조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영향으로‘음악의 시작도 노래요, 끝도 노래’라는 생각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지요. 오스트리아 빈에 유학갔을 때,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모차르트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연주를 듣고 비로소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또랑또랑하고 맑게만 치는 것으로 여겼던 모차르트 소나타를 아라우는

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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