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어진 자리를 지키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외국 연주자들과 국내의 젊은 연주자들의 포스터로 가득차 있는 콘서트홀 게시판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피아니스트 손국임의 독주회. 최근에는 실내악 연주 외에 솔로 연주로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소식은 더욱 반갑다. 과거 전성시대의 영광만을 추억하며 자리를 지켜가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로서 귀감이 되는 스승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번 독주회는 드뷔시의 「영상」, 베토벤의 「소나타 Op.57」,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구성, 10월 13일 7시에 LG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테크닉이 녹슬지 않고, 윤택하며 그 엄숙함이 성당 안에 들어온 느낌이다` 손국임의 연주에 대한 한상우의 평론 한 구절이다. 그에 관한 옛 자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신비’라는 단어. 도대체 어떤 느낌이길래…
손국임은 해방동이다. 그러나 아직도 순수한 그대로, 꾸밈이 없는 그대로, 호탕한 미소에 묻어나듯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범적인 자연인의 한 사람이다. 그가 음악인이 된 것도 ‘자연스러움’에 기인한다. 이제는 거기에 ‘연륜’이라는 한 덩어리가 더 붙은 셈이다. “건실한 모범생이었죠. 탄탄한 독일 스타일을 바탕으로 프랑스 유학 후에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음악이 더욱 깊어졌으리라 기대합니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음대시절 그를 가르쳤던 정진우 교수는 학창 시절의 손국임을 ‘경기파(?) 모범생’이라고 회고한다. 대학 졸업 후 알프레드 코르토의 매력에 이끌려 프랑스로 떠난 5년간의 유학생활,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음악원 대학원과정과 Licence de concert를 졸업하였다. 졸업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 과정에서 3명이 통과하게 되는데, 현재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반주를 도맡아 하고 있는 파스칼 드봐이용(베를린 음대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당시 손국임은 만장일치로 통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알프레드 코르토는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기에 걸쳐 프랑스 음악계의 지도적인 위치에서 피아노뿐만 아니라 지휘자로도 활약하였으며, 1919년 파리고등사범음악원을 창설하여 프랑스 음악을 세계에 심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의 직속 제자였던 상송 프랑소와와 마담 바스쿠레드 게랄디. 손국임은 스승이었던 마담 바스쿠레 드 게랄디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선생님은 개성이 강하고, 확고한 연주자를 길러내려는 목표를 가졌던 분이죠. 그야말로 스파르타식 맹훈련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요구하는 것들을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만 했어요. 집에 가서 해온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죠. 한 번에 8~9곡씩 레슨을 받아야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콘체르토 전악장 외에 9곡을 연주하는 것이 그당시 최종 학위를 위한 졸업시험이었으니까요. 많은 곡을 하는 과정에서도 각각에 대해 연주가로서 완벽한 해석을 요구했죠. ‘마담 바스쿠레 드 게랄디’하면 울던 아이도 멈춘다니까요(웃음). 그후로도 ‘그 무서운 선생님한테 어떻게 배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렇지만 덕분에 무대에서 강인해질 수 있었죠.” 그의 열정은 1981년에 출간한 역서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대표적 연주가의 한 사람이자 알프레드 코르토의 제자였던 루스 슬랜친스카의 <피아노 음악의 창조(Music at your finger tips)>를 번역하였다.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위해 귀국한 루스 슬랜친스키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는데, 피아니스트가 가져야 하는 테크닉 외에 마음의 기법(!) 또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손국임은 72년 귀국 독주회를 가진 이래 독주회는 물론 협연, 실내악 연주, 반주 등 꾸준히 연주 활동을 해왔다. 국립교향악단을 비롯하여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교향악단, 제주시립교향악단 등 국내 유수의 교향악단과의 협연이 모두 초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또한 외국 연주단체나 연주자와도 여러 번 호흡을 맞추었다. 플루티스트 오렐 니콜레, 알랭 마리옹,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 바이올리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