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에서의 음악교육 어려서 대전에서 자란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은 동정성모회의 수녀님들이 운영하던 대전성모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이는 그녀가 어려서부터 음악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되었다. 이 학교는 독일의 선진적인 교육 시스템을 받아들여 세운 학교로, 70년대 당시 한국 실정을 감안할 때 보기 드물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바티칸에서 전세계 총장 수녀님으로 계신 분이 그 당시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계셨는데,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그 분은 전교생이 적어도 악기 하나씩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어요. 교과목 중에 악기 시간을 두어 2학년 이상 되면, 전교생이 리코더나 멜로디온 등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하셨지요.”
지금도 동기나 동창 중에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첼리스트 지진경도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음악가의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취미로 악기를 계속하거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친구들도 많다. 사실 유시연이 처음에 배우기 시작했던 악기는 피아노였고, 바이올린을 배운 것은 동생이었데, 어느 날 레슨이 먼저 끝나고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 유시연에게 선생님이 바이올린을 잘 할 것 같은데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고,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이후로 계속 바이올린 공부를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가슴 뛰게 했던 이름, 커티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어요. 어디서 우연하게 ‘커티스’라는 학교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얼마나 가고 싶던지 공책 한 페이지에 커티스라는 학교 이름을 백 번도 넘게 빼곡히 채워 썼던 기억이 있어요.” 서울대에 입학해서 6개월 동안 짧은 대학생활을 보내고, 꿈에 그리던 학교로 유학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기대 이상의 행복과 성취감으로 충만했던 시간이었지만, 꿈에 그리던 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모인 커티스에서의 생활이 처음부터 녹녹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 워낙 잘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주눅도 들고, 미국 수업 방식이라든가 문화가 한국과 달라서 적응하느라고 처음엔 힘든 면도 많았다고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론 로잔드(Aron Rosand) 교수님을 처음 찾아갔는데, 과제로 협주곡 전악장, 파가니니 작품 2개, 바흐 작품 1개, 소나타를 연습해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한 학기 과제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한 시간 반의 레슨을 위해 매주 준비해가야 하는 양이었지요.” 오케스트라 수업도 두 번 이상 빠지면 퇴학, 아무리 다음날 국제 콩쿠르나 연주회 일정이 있다고 해도 밤 9시까지는 모두 연습에 참여해야 하는 등,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도 상당히 높았다. 누구나 알아주던 한국에서와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에서 꺾인 콧대를 만회하기 위해 하루에 13시간씩 연습에 몰입했는데, 수 개월간의 혹독한 연습 때문에 과사용 증후군으로 팔을 다쳐 결국 학교를 1년간 쉬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시련도 있었다. 유시연은 커티스 음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뒤,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 왕립음악대학에서 연주자과정을 마쳤다. 그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뉴욕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적인 음악학교를 두루 거치면서 그녀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커티스에서는 테크닉적으로 완벽하다 할 만큼 천재적인 기량을 가진 학생들을 보면서, 저도 그 방면으로 기량을 넓히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그 후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왕립음악대학을 다니면서 개인의 고유성과 음색을 강조하는 유럽적인 전통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음색을 찾고, 좋은 음색을 가려낼 수 있는 ‘좋은 귀’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지요. 그 후에 다닌 예일대에서는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와 더불어, 도쿄콰르텟이 상주하고 있는 학교인 만큼 세계적 수준의 실내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치열한 만큼이나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유학 생활이었지만, 많은 혜택을 다 누리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가령 도서관에 있던 많은 음반들을 다 듣고 공부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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